지곡면에 단 하나밖에 없는 떡방앗간에 새 주인이 들어왔다. 지곡면사무소 부근에서 30~40여년 독점해 온 지곡떡방앗간을 2018년 7월경부터 젊은 부부가 맡게 된 것이다. 남편은 방앗간을 찾는 손님 중 모르는 사람이 없고 모르는 집이 없다. 쾌활한 성격에 인사성도 밝고 손님들에게 말도 잘 건넨다. 그 옆에서 자기..
손으로 농사짓던 시절도 옛 이야기다. 기계의 도움으로 논을 갈고 밭을 일구고 작물을 심는다. 양파농사가 시작되면서 함양의 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겨우내 조용했던 이곳이 분주해 진걸 보니 농민들의 마음도 바빠진 모양이다. 농민에겐 멀리 있는 자식보다 더 고마운 존재가 농기계다. 함양에서 농기계를 수리하..
소문난 맛집이나 대대로 내려오는 종가음식의 대가에겐 ‘씨간장’이 있기 마련이다. 윗대로부터 대불림해서 내려오는 맛의 비결을 유지해 주는 힘이 바로 ‘씨간장’인데 족발집에 ‘씨간장’같은 ‘씨종물(씨족물)’이 있다면 황금레시피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함양에도 평생 족발집을 경영하셨던 어머니가 남긴 ..
식물에 조예가 깊고 꽃을 잘 키워 아파트베란다를 정원으로 꾸며놓았다는 ‘티파니’의 소문을 듣게 됐다. 식물 전문가도 인정했다는 ‘티파니’를 찾아 아침부터 그녀의 집을 습격했다. 티파니의 베란다 정원은 26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에 숨어있어서 엘리베이터 없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
40여년 간 과일장사를 해 오신 어머니 백공순 여사. 가족의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함양은 물론 인월, 마천, 운봉, 화계 등을 돌며 5일장에서 과일을 팔았다. 무거운 짐을 나르며 5일장에서 함께 장사를 도왔던 아들은 이 일이 평생 직업이 되어 지리산함양시장에서 33년째 과일가게를 하고 있다. 지곡면이 고향이라 ..
치킨집에는 언제나 맛있는 소리가 난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소리는 치킨 튀기는 소리.(?) 함양군 안의면에도 여러 치킨집이 있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은 페리카나 안의점이다. 안의면 토박이 주병규(55세)가 운영하는 곳이다. 치킨집이 ‘고기서 고기’라지만 주병규씨의 페리카나 치킨은 어떤 매력으로 고객..
안의면 이전마을의 참외밭에서 중학생이던 아들은 아버지를 도와 원두막을 지었다. 당시 지은 원두막은 기둥이 가늘어 손으로 흔들면 휘청거렸을 정도로 약했지만 원두막에서 놀던 추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아 한번 본 건 뚝딱 만들어 내곤 했던 중학생 아들은 20대 청년이 되어 나무로 작업하는 일..
“어서 오세요~” “고기는 뭘로 해 드실건가요?” “수육으로 드실 거면 무난한 걸로 드릴까요?” “제사상에 놓으실 거면 반듯하게 잘라드릴까요?” “칼집은 넣을까요? 그냥 드릴까요?” 고기 한 근을 사겠다며 찾아온 손님에게 쉴새없이 질문을 던진다. 소비자의 취향이 제각각이니 같은 고기라도 원하는 대로 ..
함양읍 동문네거리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길가 점포를 유심히 보게 된다. 생겼다 사라졌다 하던 점포 중 한 곳, 얼핏 보면 지나치기 쉬운 작은 입구에 간판이 새로 걸렸다. 2014년 2월 이은락·최말점 부부가 운영하는 상림굴국밥이 개업했다. 왕초보 상림굴국밥 주인은 식당을 개업하면서도 부..
웰빙 건강간식의 대표주자 고구마가 노안이나 변비에 좋다는 건 알았지만 사과랑 먹으면 장에 더 좋다는 정보는 이제야 알았다. 고구마가 사과랑 찰떡궁합이란다. 줄기부터 뿌리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고구마를 20년째 농사짓는 함양군고구마연구회 노상덕(57)씨. 씨종자 한 상자로 시작한 고구마 농사가 지금은 70..
이번주 지리산인의 주인공은 올해의 청년농업인상을 수상한 ‘소복농장’(함양군 유림면 소재)의 이재한 군이다. 올해의 청년농업인상은 농협중앙회에서 전국 우수선도청년농업인을 연중 단 15명만 선발하여 시상하는 상으로 청년농업인에게는 최고의 상이라 할 수 있다. 말끔한 정장대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작..
30여년 전 지금의 한마음병원 부근에서 타이어 펑크가 나면 때워주던 사나이가 있었다. 강희선이라는 이름대신 열에 아홉은 그 사나이를 강빵구라 불렀다. 한번 들었다 하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 그의 별명 강빵구, 그는 그렇게 1987년부터 10여년간 카센터를 운영했다. 1965년 함양에서 나고 자라 군대시절 3년을 ..
이웃집에 과학자가 살고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물리학 박사가 말이다.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마티 맥플라이의 든든한 이웃 브라운 박사가 생각나는데 함양에 살고 있는 물리학 박사는 타임머신 대신 물리학으로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고 고민한다. 갑자기 과학이야기를 하니 이 글에서 벗어나려는 독자가 있는가. 그..
“온습도 조절 잘해주고 수확만하면 될 거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노동 강도가 장난이 아니다.”함양읍 이은리 지리산천령표고농원 박미란(47) 대표는 “표고 농사를 지어면서 무슨 농사든 쉬운 농사는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한다. 박 씨는 “표고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늘막을 설치하고 대..
매콤하고 얼큰한 뚝배기 한 사발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함양읍 학사루3길 5-1. 삼성플라자 앞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문화식당’에 발걸음이 닿는다. 몇몇이 어울려 한끼 식사나 반주 한잔 하기에 제격인 식당이다. 20여년 변함없는 손맛을 자랑하는 이갑순(66) 씨가 이 식당 주인이다. 문화식당은 이 씨가 1998..
“지리산함양시장 상인 중에서 나이가 제일 어리고 점포를 연 것도 가장 최근이라 이래저래 제일 막둥이죠.” 함양읍 중앙시장길 13 지리산함양시장 내 쌀전에 지난 3월 ‘홍이네농산물’을 개업한 김은숙(41) 씨다. 이곳에는 곡류와 잡곡류를 취급하는 점포 10여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래전부터 곡류와 잡곡..
“청년들이 정착하고 싶은 토대를 만들어야 함양의 미래가 있다. 정치하는 분들이 저보다 훨씬 똑똑할 텐데 참 답답하다.” 함양읍 용평3길 13에서 대지철물마트를 운영하는 한대희(57) 대표의 오지랖(?) 넓은 청년 걱정, 함양 걱정이다. 그는 ‘청년들이 살기 좋은 나라, 청년들이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어야 나라..
함양읍에는 군민이라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두루 알려진 오리불고기 전문 맛집이 있다. 함양읍 용평길 4 상아치과 골목길에 있는 ‘오리오리꿀꿀이’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10여년 운영했던 식당을 6년 전 며느리 허은정(41) 씨가 물려받아 시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식..
“일반 대학도 다녔봤고, 직장생활도 해봤지만 결국 돌아오는 곳은 음악이었다.” 보이스실용음악교습소(함양읍 교산2길 양지상가 1층) 김재혁(30) 원장은 대학졸업 후 서울에서 더욱 왕성한 공연활동을 펼쳤다. 무리한 일정 탓에 성대결절을 앓아 음악활동을 중단하고 6개월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지난해 말 고향..
“도시에서는 이제 은퇴할 때가 돼 무료한 일상을 보낼 나이다. 하지만 이곳에 오니 정말 할 일이 많다. 힘들긴 하지만 너무 재미있다. 30년은 젊어진 것 같다.” 오랜 기간 도시와 해외생활을 하다 귀국한 뒤 시골살이의 꿈을 현실로 옮겼다. 육체적 고단함 보다 하루하루 배워가는 농사일이 너무 재미있다는 ‘함양..